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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지방자치단체, 정보공개 대응방안 논의 논란

16개 광역지방자체단체가 진행한 업무추진비 관련 비밀 대책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9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추진비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 내용으로는 ▲정보공개 대상을 통일해 같은 양식으로 제출하고 ▲업무추진비 수령 공무원의 이름과 소속을 비공개로 하며 ▲돈을 사용한 장소의 상호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으며 ▲영수증 등 증빙서류는 제공하지 않을 것 등에 '합의'했다는 것.

 합의 내용을 보면 이들이 과연 공무원의 직업윤리를 가지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우선

업무추진비는 무엇이고 그동안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알아보자.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업무추진비는 공적인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지출되는 비용을 말한다. 그러나 공무를 수행하다보면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업무의 구분은 모호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여 업무추진비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대체적으로 업무추진비는 기관장들이나 공무원들이 편하게 술 먹고, 밥 먹는데 지출되는 게 현실이었다. 서민들은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고급식당들을 공무원들은 편하게 드나들며 업무추진비로 지출했던 것이다. 심지어 업무추진비가 고급 단란주점 같은 곳에서 지출하여 적발된 사례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무추진비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요청과 엄격한 집행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다. 정부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여 2004년부터 업무추진비를 월별, 분기별로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정보공개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런 흐름을 보면서 업무추진비는 감시의 대상에서 제외해도 되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러한 판단이 매우 순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이상한 대책회의

 그러면 16개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모여서 합의했다는 내용은 무엇이 문제인가? 국가공무원법에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에 위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국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이 모여서 합의를 했다는 내용은 정보공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을뿐더러 대법원 판례도 정면으로 어기고 있다. 

 우선 지자체가 합의했다는 업무추진비 수령 공무원의 이름과 소속을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정보공개법 9조 1항에서는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개인정보에서 제외하여 공개해야 하는 정보로 명백하게 설정하고 있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공무원들이 합의를 하면 안 지켜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언제부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입법부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업무추진비를 수령한 공무원의 이름과 소속을 공개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부당한 수령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세금을 수령 받은 공무원이 무엇이 두려워 이름과 소속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인가?

 이런 예는 청와대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어느 순간부터 정보공개청구를 처리하는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삭제하고 있다. 담당자들의 이름이 '김◯◯' 으로 바뀌었다. 문의사항이 있어도 담당공무원의 이름을 알 수가 없어 곤란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청와대부터 이런 정책을 펴고 있으니 지방자치단체가 저런 합의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더 심각한 것은 다음 사항이다. 16개 지방자치단체는 업무추진비에 대해 영수증 등 증빙서류는 제공하지 않을 것 등에 '합의'했다고 한다. 어안이 벙벙하다. 위의 합의는 정보공개청구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법부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행위이다.

 한 예를 들어보면 지난 2004년 참여연대는 서울시 업무추진비 증빙서류를 사본으로 공개해달라고 하는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 양이 무려 4만 6천 페이지다. 당시 대법원에서는 4만 6천 페이지의 증빙서류라 할지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면 사본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런 판결은 지난 2월 초에도 이어졌다. KBS 성재호 기자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국회의원들의 8만 페이지의 외교활동 영수증 사본 일체를 공개해달라는 소송에서 대법원에서 사본으로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서 이런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판결 자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의 권위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업무추진비는 국민들의 피같은 세금이다

 사실 공무원들의 이런 움직임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의중이 반영되었다고 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시민들의 업무추진비 공개요청이 눈에 가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자신들이 지출한 업무추진비 영수증 사본이 공개된다고 하면 누구라도 부담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부담이 바로 공직의 투명성과 책임성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세금을 내는 서민들의 피눈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인식을 하지 못하고 그런 부담을 느끼지 않을 때 부패는 소리 없이 찾아온다.

 2009년은 엄청난 경제 한파로 많은 중산층이 극심한 고통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서민들은 천원짜리 한 장 아끼려고 하루 종일 최저 쇼핑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살아가고 있다. 팍팍해진 살림에 가족들과 삼겹살 한번 먹는 것도 어렵다. 한 달에 한두 번 내는 세금날짜가 돌아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공직자들이 이런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나누려고 한다면 업무추진비와 같은 예산들은 더욱 아끼고 지출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국민의 세금으로 고급식당에서 밥 먹고, 좋은 선물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에 수많은 서민들은 절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업무추진비를 반으로 줄여 국민들의 고통과 함께하겠다는 단체장들의 발표를 볼 수 있을까?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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