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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라면 누가 대통령 기록 남기겠나

[주장] 국가기록원, '기록 관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13일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왼쪽 두번째)이 임상경 대통령기록관장, 국가기록원 관계자 2명 등과 함께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조사 후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황방열

대통령 기록 사본 유출과 관련해 국가기록원의 부적절한 대처가 진정 국면에 있던 문제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 19일 봉하마을 측에서 대통령 기록물을 반환한 것에 대해 국가기록원이 방침을 발표했다. 국가기록원은 "별도의 안전조치도 없이 대통령 기록물을 반환한 것과 e-지원 시스템을 반환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 기록의 완벽한 회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군다나 국가기록원은 "노 전 대통령 측에 의한 무단 불법 유출과 국가행정권을 무시한 일방적 반환으로 법질서가 훼손되었고 '열람권'과 관련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대통령 전용 열람시설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추가 요청한 전용선 등 온라인 열람 서비스에 대해서는 법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라며 노 전 대통령 측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7월 15일 대통령 기록 사본 유출과 관련하여 쟁점을 정리했지만 국가기록원의 주장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해서,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 단순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기록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국가기록원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모든 책임을 봉하마을측으로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록 안 남긴 과거 대통령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나?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은 엄청난 기록을 남기고 관련 기록관리법을 스스로 제정했기 때문이다. 과거 대통령들은 대통령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아 이런 문제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나 국가기록원의 발표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 사본을 유출한 것에 대해 엄청난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대통령 기록을 남기고 사본 기록을 유출한 것이 더 큰 문제인가? 아니면 기록을 애초 남기지 않았거나, 기록을 무단 유출하거나 폐기한 것이 더 큰 문제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유출에 대해서 흥분하는 국가기록원이 왜 과거 대통령 기록 유출과 무단 폐기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번 기록유출에 대하여 부적절한 의견 표명으로 대응하는 국가기록원이 과거 대통령들의 기록물 무단 폐기와 유출 의혹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가기록원 스스로 돌이켜 봐야 할 점이다.

둘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 유출 문제는 명백히 국가기록원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에 대해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재임 시절부터 대통령 기록 온라인 열람 시설을 보완해 줄 것을 국가기록원에 수차례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국가기록원이 구축한 온라인 열람 시설은 없다. 따라서 국가기록원은 애초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기록원은 이 문제에 대한 반성 없이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대통령 전용 열람시설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추가 요청한 전용선 등 온라인 열람서비스에 대해서는 법적인 해석과 더불어 보안성 등 세부사항에 대하여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자기변명만 하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 대통령 전용 열람실을 만든 것이 국가기록원의 역할을 다 한 것처럼 들릴 정도다.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본인이 생산한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서 성남기록관까지 올라와야 정상일까?

일반 국민들도 일반 행정기관이나 국가기록원에 생산한 기록을 보고 싶으면 인터넷 정보공개청구 사이트인 '열린정부'(www.open.go.kr)를 통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그 결과로 기록을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은 일반인들에게 이런 혜택을 부여하면서 왜 전직 대통령에게는 성남기록관으로 직접 오라고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셋째, 대통령 기록 반납 방식에 대해서 국가기록원이 공개적으로 노 전 대통령 측을 비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온라인 열람권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 기록을 반납했다. 

그럼에도 국가기록원이 "e-지원시스템과 하드디스크를 일체로 반환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 기록물 사용내역 은폐 의도 등으로 의심받을 수 있으며, 제2, 제3의 추가유출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지 못했음은 물론이며, 그 자체로 매우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반납방식 문제나 e-지원 시스템의 반납 문제는 실무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정치적으로 비화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기록원이 현 시점에서 논점에서 어긋난 의견 표명을 통해 정치적으로 문제를 비화시키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기록관리라는 본연의 임무에서 이 문제 바라봐야

마지막으로 이번 발표를 자세히 보면 국가기록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관리에 대해서 수많은 업적을 세웠다는 점을 단 몇 개월 만에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기록관리 혁신을 주창하며 수많은 인력과 예산을 새로 투입하여 현재의 기록관리 체계를 만든 주인공이다. 또한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기관은 바로 국가기록원이다.

실례로 국가기록원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때 불과 직원이 100여 명에 불과한 조직이었다. 그 이름도 현재의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단순히 기록을 보존하는 하는 기능을 하는 '정부기록보존소'였다. 하지만 현재는 300명이 넘는 조직으로 발전했으며, 예산과 각종 시설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고 그 권한도 매우 커졌다.

국가기록원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관리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단 몇 개월 만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덕에 기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이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기록관리 혁신의 성과와 기록관리 본연의 사명을 도외시한 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필자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이번 대통령 기록 유출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노 전 대통령 측이 부적절하게 처신한 것 자체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실무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누가 기록 남기려 하겠나?

대통령의 열람권을 보장하고 대통령 기록을 반납한 것으로 이 문제는 정리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기록을 돌려받고 그에 상응하여 열람권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그나마 대통령 기록이 존재하기에 이런 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록을 남기면 이런 비판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누가 기록을 온전히 남길 수 있겠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 국가기록원은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이제라도 이 문제를 더 확대하지 말고 노 전 대통령 측과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논란은 서로 상처와 불신만 낳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이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준비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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