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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광장/사무국칼럼

정부 정책 비판했다고 방송을 수사하는 나라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참 말을 잘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다. ‘선진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선진화’라고 하면, 마치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후진국’화를 주장하는 사람처럼 되는 셈이니 말이다.

어쨌든 ‘선진화’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집권할 때에는 그래도 ‘선진화’라는 구호에 걸맞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선진화’가 어떤 선진국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선진화’를 표방했는데 얼토당토않은 일이야 하겠는가라는 것이 필자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간 행태들을 보면, ‘선진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행태들로 점철되었다. 특히 언론의 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를 둘러싼 행태는 정말 심각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같은 정부정책을 비판한다고 해서 해당 언론을 수사하는 선진국이 어디 있는가? 게다가 해당 언론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조직 내부에서 의견대립을 하던 사건 담당 부장검사가 옷을 벗게 되었다고 한다. 검사가 자기 소신껏 사건을 처리하지도 못하게 하는 정권이 ‘선진화’를 표방할 자격이 있는가?
 
반면에 반부패 정책이나 정부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은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부터 정부와 정치권, 재계, 시민단체가 운영해 온 ‘투명사회실천협의회’도 최근 깨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진실은 의외로 단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진화’는 권력을 쥐기 위한 명분에 불과한 것이었고, 정권을 쥔 이후에는 권력을 지키고 향유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의 경향을 보면, 현 정권은 자신들이 집권하는 데 도움을 준 기득권 집단, 이익집단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 관련법만 해도 그렇다. ‘방송의 경쟁력 강화’니 하는 것은 명분과 포장에 불과해 보인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현 정권의 지지기반인 재벌과 일부 언론에게 방송진출의 길을 열어주고 싶은 것이 본심인 듯하다.

한편 이 시점에서 ‘선진화’를 주장해 온 일부 지식인들의 책임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식인들의 현실참여에는 당연히 책임도 따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기반이 된 ‘선진화’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온 ‘한반도 선진화 재단’이라는 집단을 두고 하는 것이다. 필자와는 의견이 많이 다르지만, 필자는 ‘한반도 선진화 재단’에서 나온 책자들을 거의 다 구해서 읽어보고 있다. 비판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판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단에서 나온 책자들을 읽다보면, 필자의 생각과 다른 부분들이 많지만 다소 일치하는 내용들도 있다. 예를 들면, ‘한반도 선진화 재단’에서 나온 〈언론 개혁의 기본방향과 방안〉이라는 소책자에서는 방송의 민영화도 주장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보공개법을 개선해야 한다’, ‘회의공개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정보공개제도가 개선되어야만 국민의 알 권리도 실현되고,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언행일치가 되려면, ‘한반도 선진화 재단’이나 이 책자에 관계된 사람들은 정보공개법 개선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공개법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비밀보호법을 통해서 정보공개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공개제도의 개선을 위한 선진화론자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언론의 자유가 권력에 의해 위협받는 데도 그들은 침묵하고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선진화’를 정치적 구호로 이용한 이명박 정부나 그들을 도와 이데올로기를 생산한 집단의 진정성, 아니 기본상식이 의심스럽다. 과연 무엇을 위한, 그리고 누구를 위한 선진화인지 모르겠다. 왜 이명박 정부는 선진화를 주장하면서도 언론의 자유를 억누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정권의 행태에 침묵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행태도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2009년 새해에 상식의 눈으로 보면, ‘선진화’는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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