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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모 이사

공자가 제자인 자로에게 말하였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정 아는 것이다.” 예산심사를 하는 국회의원에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깎을 수 있는 것은 깎을 수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정 예산심사를 하는 것이다”

국회 예산심사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12월 10일 일어난 일을 보자. 문제 있는 SOC 예산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민주당 오의원에게 한나라당 의원이 이렇게 묻는다. “오의원께서 100억을 압해-화원 간 연결도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자고 증액 요청을 하고, 상임위원회와 함께 괴산-음성 국도 건설도 신규 사업으로 50억을 주장했습니다. 이런 식의 모순된 주장을 하시면서 ...” 다른 의원이 답한다. “ 그런 예를 찾자면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도로를 비롯한 SOC 예산을 깎으려면 이곳은 B의원, 저곳은 D의원, 이쪽은 무슨 시, 저쪽은 무슨 단체씩으로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우리 당 쪽과 우리 지역 쪽 예산은 챙기면서 다른 당 쪽 예산만을 깎기는 어렵다. 계수조정소위에서 류의원이 의원이 겪는 고충을 생생하게 말했다. “십 수 년을 기다려 겨우 10억, 15억 넣은 국도 사업인데 이것을 무 자르듯이 잘라요? 그런 예산 심사가 어디 있습니까?”

민주당은 예결위원장인 이한구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 계수조정소위에서 거론되지 않은 청소년수련관 건립 예산 7억 원을 끼워 넣었다고 ‘혈세 훔쳐 동네 챙긴다’고 비난했지만 솔직히 말해 이런 기회가 오면 마다할 의원이 몇 명 되겠는가? 국회의원도 의정보고서에 실을 성적이 있어야 하지 않지 않겠는가?

그리고 우리 국민이 그런 우수 성적을 받는 의원을 선호하지 않는가? 결국 2008년보다 26%나 늘어난 SOC 예산은 정부안에서 고작 1000억을 줄인 24.7조로 결정되었고 민주당이 주장한 3조 삭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국회를 통과한 예산 내역을 보면 정부안에 없지만 신규로 넣은 도로 사업이 수 십 건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날림으로 심사하고 나라 예산을 마구 뜯어가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심사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계수조정소위에서 우의원이 SOC 예산 삭감 기준으로 정한 집행률이 연례적으로 50% 미만인 것, 국가재정법이 정한 대규모 개발사업 예산의 단계별 편성 원칙을 어긴 예산, 전년도 예산에 비해 2배 이상 뛴 사업 자료를 국토해양부에 요구했지만 국토해양부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정부는 예산작성지침과 집행지침이 있지만 국회는 예산심사지침과 결산심사지침이 없다. 당론과 의원개인이 정한 기준이 예산심사기준이다. 객관적이고 공평한 심사기준이 있어야 예산이 삭감되는 상대방도 승복할 수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만들려면 국회에서 결산을 잘 해야 한다. 행정부가 전년도 예산을 잘 썼는지 못 썼는지, 예산이 남지 않았는지 알아야 다음 년도 예산을 깎는 기준을 결정할 수 있다. 지금 국회 결산은 의원도 언론도 관심을 두지 않아 껍데기만 남아 있다.
또한 행정부가 예산편성을 할 때부터 국회가 사업을 판단할 수 있도록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 예결위 상설화는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주장하다 여당이 되면 반대하고, 민주당이 야당일 때 주장하다 여당이 되면 반대한 ‘선택적 기억상실증 증후군’에 걸린 대표 정책이다.

예결위 상설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지금 284조 나라 예산은 행정부가 독점해서 편성한다. 그 흔한 국민 토론회나 공청회도 없다. 행정 관료가 편성권을 쥐고 있으니 그들 권한이 막강하고 특히 최종 결정권을 쥔 기획재정부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모든 독점은 폐해가 심각한데 예산을 편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결위 상설화를 하면 국회가 예산편성단계부터 적절한 사업들을 편성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정치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예산편성을 할 때 행정부 1극 독점보다는 행정부와 국회 2극 과점체제가 낫다. 그리고 이 2극 과점체제에 다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넣자. SOC 예산을 깎기 어려운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깎으라고 요구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으로 부르지 못하게 하는 지금 국회 시스템보다 어느 모로 보나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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