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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광장/사무국칼럼

공익제보자는 더욱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연말이지만 나라가 혼란스럽다. FTA 인준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소화기까지 등장했다. 어려운 경제로 힘들어하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에 소화기를 뿌려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더욱 아프다.

이런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필자는 국정원 강화법으로 불리는 2건의 법안과 3명의 공익제보자를 주목해서 보고자 한다. 2건의 법안은 3명의 공익제보자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3명의 공익제보자부터 살펴보자. 2명은 혼란스러운 현실 정국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한 명은 공익제보자들의 미래에 겪을 일들을 미리 경험한 분이다. 바로 정창수, 김이태 그리고 현준희씨다.



우선 정창수씨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예산전문가로 일하다가 최재천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었다. 정창수씨는 지난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이었던 2007년 1월 '한미FTA 고위급 협의 결과와 주요 쟁점 협상 방향' 문건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아 왔고 마침내 지난 2008년 12월 19일 선고공판에서 징역 9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죄다.

정창수씨가 누설했다는 문건은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충분히 알려진 협상 내용이었고 형식도 비밀1급, 2급, 3급이 아니라 대외비 자료였다. 그러면 정창수씨가 유출했다는 대외비는 무엇인가? 대외비는 보안업무규정상 규정되어 있는 1급, 2급, 3급 비밀이 아니라 행정편의상 기록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런 이유로 비밀기록 중 대부분이 대외비 기록으로 분류되어 남발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필자가 외교통상부에 정보공개청구해서 받은 결과에 따르면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DVD 홍보 ▲ 외교장관 CNN 인터뷰 ▲ 댄 버튼 의원, 한미FTA 출범 관련 보도자료 배포 등이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던 기록들이다. 대외비 기록의 수준이라는 것이 DVD 홍보, 인터뷰, 보도자료 배포 등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렇게 어설프게 대외비 기록 관리를 하고 있는 행정부가 국회의원 보좌관이 대외비 유출했다는 죄목으로 법정 구속을 시킨 것이다. 참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법원의 판단도 오락가락이다. 2007년 11월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을 때는 증거인멸 내지는 도주의 우려가 없음을 이유로 기각하였음에도 다시 별 다른 이유 없이 법정구속을 했다. 1년 만에 정창수씨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새로운 증거라도 찾은 것인가?



두 번째 공익제보자는 김이태 연구원이다. 지난 5월 '4대강 정비의 실체는 운하'라는 내용으로 다음 아고라에 양심선언을 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김이태 연구원이 최근 내부 감사를 받은 데 이어 오는 23일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고 한다.

지난 5월 연구원측은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며 징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7개월이 지나 태도를 바꾼 것이다. 김이태 연구관은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도 아니고 학자의 양심으로 본인의 의견을 단순히 밝혔을 뿐이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김이태 연구관을 징계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책연구원의 학자들은 자신의 뜻을 외부로 밝히지도 못한다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황상으로 볼 때 김이태 연구관은 해임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된다. 이렇게 비상식적인 사회에서 이번 겨울은 그와 가족들에게 매우 춥고 고통스러운 계절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의 2명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분이 바로 현준희씨다. 현준희씨는 지난 1996년 총선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효산종합개발 콘도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감사원 국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감사를 중단시킨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양심선언을 한 뒤 감사원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다.

현준희씨는 12년이 지난 2008년 11월 14일에서야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난 12년 동안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고통 속에서 홀연히 거대한 감사원 조직과 싸워 온 것이다. 현준희씨와 그의 가족들이 12년 동안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다.

위에서 언급한 3명은 사회를 위해 자신을 바쳤지만 현재 법체계에서도 엄청난 고통을 경험한 분들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들 공익제보자들을 위로하고 보호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을 본격적으로 단속하고 처벌하겠다고 만들어진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중이라는 것이다. 바로 국정원법과 비밀보호관리법이다.

국정원법은 '국제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대정부 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 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로 엄격히 제한된 현행 국정원의 국내 정보활동 범위를 '국가 안전보장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 수립 정보, 중대한 재난과 위기 예방관리 정보' 등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3명은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들로 분류해 국정원에서 언제든지 관리 및 단속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국정원에서 국익과 관련되어 양심선언을 하는 사람들을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비밀보호관리법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비밀보호관리법은 '누구든지 국가안전보장 또는 국가이익을 침해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이 비밀을 누설할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자의적으로 남발되고 있는 대외비 제도는 폐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비밀기록의 자의적 지정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정창수씨 경우에는 유출한 기록이 비밀기록으로 지정되어 있었다면 징역 9개월이 아니라 최대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까지도 같이 처벌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나머지 2명도 발설한 내용이 비밀내용을 담고 있다면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이런 무시무시한 법안을 국민의 이해와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 답답하고도 무서울 따름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명은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감싸안아야 할 대상들이다. 저분들로 인해 우리 사회의 양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처벌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면 우리사회의 양심은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국회는 국민의 편에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기관이다. 만약 정부가 국민의 양심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제도를 추진한다면 당연히 비판하고 바로 잡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그런데 국회가 국민의 양심을 구속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오히려 국회는 양심에 따라 선한 행동한 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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