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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2015년 10월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골자로 하는 행정고시가 밤손님처럼 들이닥쳤다. 시민사회의 여론이 수렴될 시간도 절차도 없었다. 거센 반대와 저항의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었다. 여론전은 오히려 정부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홍보에 26억 원의 세금이 쓰였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국정교과서 제작에 6억 원이면 된다더니, 배보다 배꼽이 커도 한참 더 큰 꼴이었다. 돌리는 TV 채널마다, 펼치는 신문지면마다 얼굴을 내밀고 있던 국정교과서 홍보광고와의 어색한 만남은 우리의 혈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장면 2. 2015년 10월 22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광고게재일, 광고내용, 광고게시 매체명, 각 매체별 광고금액을 포함하여, 교육부가 각 방송사, 언론사 등에 게재한 국정교과서 관련 광고현황의 공개를 청구하였다. 보름 후 통지결과는 정보 비공개였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가 정보 비공개의 이유였다.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높은 개연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장면 3. 2015년 12월 15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교육부장관을 피청구인으로 하여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를 제기하였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를 근거로 비공개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로 인하여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는 구체적 사유가 있어야 하고,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 그 과정이 종료되면 공개하도록, 정보공개법 제10조에 명시되어 있기에, 교육부는 해당 업무의 종료시기를 명확히 통지해주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의 광고, 홍보비는 예산낭비의 의혹을 해소하고 행정절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다는 측면에서 시민들에게 마땅히 공개되어야 할 정보다. 광고비 집행 내역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아 비공개대상 정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공개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장면 4. 2016년 4월 19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정보공개센터의 손을 들어주면서, 교육부의 정보 비공개 처분이 위법,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애시당초 이리 될 일이었다. 당연한 법리적 판단에 반색하게 되는 것이 되레 서글프다.




장면 5. 2016년 6월 1일. 한 달 넘어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교육부에 전화를 걸었다. 부서마다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 담당자 찾아 삼만리다. 저지른 사람은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제는 연락두절이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틈나는 대로 전화를 넣어본다. 행정심판의 결정쯤이야 하며 무시하려 하는 것인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기시감이 엄습한다.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다. 오세훈 시장 시절의 서울시다. 행정심판을 통해 공개결정이 내려진 정보의 공개를 미루고, 비공개 결정을 반복하다가 정보공개센터의 위자료 소송에 패소해서 위자료 100만원을 물어낸 전례가 있다.


에필로그. 해가 동쪽에서 뜨고 물이 아래로 흐르듯 정보는 공개되는 것이 순리다. 정보의 비공개는 공개불가가 아닌, 공개의 유예를 의미한다. 정보공개법은 정보가 비공개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하여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법에 근거하여 행정심판이 내려졌다. 부디 법대로 해주시라. 법의 명령대로 공개해주시라. 2016년 ‘정부3.0 국민체험마당’ 준비가 한참인 모양이다. 사실 그대로, 전과정에 대해, 국민 중심으로 공개하겠다던 정부3.0은 어디로 흘러가버린 것일까? 정부3.0 시대에 정보공개청구는 여전히 괴롭고 또 외롭다.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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