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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시민들이 오는 10월 9일 원전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주민투표는 민간기구인 ‘삼척원전 유치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위원장 정성헌)가 관리한다. 핵 관련 시설을 두고 주민들이 스스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2004년 부안에 이어 두 번째다.


삼척 시민들이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이유는 2010년 12월 삼척시청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전 유치를 신청할 당시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핵발전소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김양호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주민투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10년 11월 26일 삼척과 영덕, 해남, 고흥을 신규 핵발전소 건설 가능 지역으로 선정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유치신청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해남과 고흥은 유치를 거부했고 삼척과 영덕은 유치를 신청했다.


삼척시청은 당시 유치 신청에 앞서 삼척시의회에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했고, 삼척시의회는 주민투표를 전제로 ‘원자력발전소 유치 동의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당시 핵발전소 건설을 밀어부친 김대수 삼척시장은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 2010년 12월 삼척시가 삼척시의회의 원전 유치 동의안 통과 전 주민 의견 수렴 방안으로 주민투표를 약속하는 공문. (이광우 삼척시 의회 의원 제공)


前 시장, 주민투표 약속 어기고 민간단체 앞세워 찬성 서명 운동


삼척시청은 주민투표 대신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통리반장, 공무원을 동원해 원전 유치 찬성 서명을 받는다. 당시 전국공무원노조 삼척시지부는 성명을 내고 “중립을 지키고 공정한 자료 제공을 통해 시민의 올바른 판단을 도와야 할 공무원들이 마을을 다니며 서명을 받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치 서명 결과는 유권자 5만8천339명 중 5만6천551명(96.9%) 찬성. 1998년 핵발전소와 2005년 핵폐기장 건설을 막은 삼척시민들이 이처럼 높은 찬성률로 찬성했다고 믿기는 어려운 수치다.


취재진이 삼척에서 만난 한 주민 A씨는 “통리반장들이 할당량을 채우려고 온 사방을 쫓아다녔다”며 “나도 서 너 번 서명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주민 B씨는 “어떤 사람들은 그게 원전에 관한 서명인지도 모르고 부탁을 하니까 그냥 의미 없이 한 서명”이라고 말했다.


핵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성원기 강원대 삼척캠퍼스 교수(전자정보통신공학부)는 “찬성서명부가 주민투표를 막는 근거로 활용됐다”며 “의견 수렴이 다 끝났는데 무슨 주민투표가 필요하느냐며 주민투표를 억눌러 왔다”고 회상했다.



▲ 삼척시민들은 10월 9일 삼척 원전 유치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핵 관련 시설을 두고 주민 스스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2004년 전북 부안에 이어 두 번째다.


96.9% 찬성서명부 , 현재는 행방이 묘연


당시 삼척시청이 원전 찬성 단체를 앞세워 받은 찬성서명부는 국회와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 한국수력원자력에 복사본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서명부를 보관하고 있다는 기관은 한 곳도 없다.


삼척시청조차 찬성서명부의 행방을 모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척시의회는 조만간 행정사무감사 조사특위를 가동해 사라진 찬성서명부의 행방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 2012년 9월 당시 지식경제부가 신규 핵발전소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한 삼척시 근덕면 부남해수욕장 일대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원전 유치 신청 철회는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주민투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삼척시가 주민 투표 결과에 따라 유치 신청을 철회한다고 해도 핵발전소 예정구역 지정 고시 철회와 같은 정책 번복은 없을 것이라는 게 현재 정부의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예정구역 지정 고시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지자체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책사업을 재고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당시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이 실시한 주민설명회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2012년 4월 핵발전소 예정구역인 근덕면에서 열려던 주민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 2012년 5월 25일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이 삼척문화회관에서 주최한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 주민설명회’는 경찰들의 봉쇄로 핵발전소 반대 주민들은 출입하지 못한 채 한 시간 만에 끝났다. (사진=삼척동해신문 제공)


또한 같은 해 5월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 주민설명회’에서는 경찰이 반대 주민의 출입을 봉쇄해 대다수 찬성 주민만 설명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설명회는 한 시간도 안 돼 끝냈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축소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의견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지난 3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은 생략하고, 사업자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완 요구를 무제한에서 2회로 한정하는 내용으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조현미 | 김기철 | 최형석 | 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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