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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우리나라에서 정보공개에 가장 불성실한 기관을 꼽으라면? 행정부에서는 힘깨나 쓴다는 권력기관들이 뽑히겠지만, 국회도 빼 놓을 수 없다.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 곳이 국회이고, 시민단체나 언론 관계자가 정보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제기하면 시간을 끌면서 정보공개를 미루는 곳이 국회이다.

사실 국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불투명한 곳이다. 예산의 씀씀이도 헤픈 편이다. 국회 예산을 뜯어보면 곳곳에 문제점들이 보인다. 예를 들면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해 지원되는 돈이 연간 100억 원 가까이 된다. 이 돈은 ‘대한민국 헌정회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국회 예산에 잡혀 있지만, 실제로는 만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월 100만원씩 지원되고 있다. 법률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예산지원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예산에는 위원회 운영비, 활동비, 예비금 등 사용처가 분명치 않은 돈들이 여러 군데에 존재한다. 국회의원들의 외교활동과 국제회의 참석에 쓰겠다고 책정되는 예산도 엄청나다. 2008년에만 68억여 원에 달한다. 이런 돈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국회 사무처는 비공개결정을 했다. 그래서 소송도 여러 번 제기됐다.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도 여러 번 나왔다. 그러나 1심에서 지면 항소해서 2심으로 가고 2심에서 지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시간을 끈다. 그래서 15대 국회의 예산(예비금 및 위원회 활동비) 집행내역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은 17대 국회가 구성된 뒤에야 확정되었다. 뒤늦게 정보가 공개될 수는 있게 되었지만, 정보로서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뒤였다. 3심(대법원)까지 가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회는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해외에 가서 쓴 예산사용내역 등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라는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어느 언론사 기자가 진행하고 있는 이 소송에서도 국회는 시간을 끌며 사건을 대법원까지 가지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국회가 행정부의 관료주의나 밀실행정을 비판할 자격이나 있을까?

▲ 국회 본회의 장면.

실제로 국회의 예산낭비가 확인된 사례도 있다. 자료를 찾다 보니, 2006년의 국회 예산집행에 대해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이 발견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영수증 같은 증빙서류도 미흡한 경우들이 있고, 특근매식비가 부당하게 집행되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특히 정규근무시간 개시 전 또는 종료 후에 근무한 직원의 식비로 써야 하는 특근매식비를 점심밥값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국회의 예산집행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더 많은 문제들이 발견될 것이다. 그것이 두려워서 국회는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산사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내려진 회의의 회의록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법률안이나 예산에 관한 절충은 소위원회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소위원회를 거쳐 상임위원회에서 안건을 다루지만, 상임위원회는 소위원회에서 논의된 결과만 보고받고 통과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위원회에서 어떻게 논의되었는지가 중요한데, 소위원회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5년도에 지방선거제도를 개편하면서 기초지방의원에 대해서도 정당공천제를 도입했다. 기초지방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것은 지금도 많이 비판받고 있는 의사결정이다. 그런데 그런 결정을 한 소위원회의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인지 국민들은 알 방법이 없다.

최근에 국회는 ‘국회운영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라는 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9일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내용에서도 국회 자신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내용은 빠져 있다. 오히려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소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한다고 한다. 국회개혁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려면, 먼저 스스로 투명해져야 한다. 스스로 예산을 원칙에 맞게 집행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예산항목들부터 철저하게 영수증까지 공개해야 한다. 또한 소위원회 회의록도 공개해야 한다. 소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한다면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으면, 밀실에서 끼리끼리 결정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런 ‘닫힌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복마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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