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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공공기관과 공직자들을 불신하는 큰 이유는 공직자들에게 주어진 권력과 비례하는 특권 때문일 것이다. 국회는 이와 같은 특권문제로 지속적으로 큰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국회법과 헌정회법이 개정되어 많은 국회의원과 관련된 특권이 줄어든 편이고 국회는 스스로 이런 변화를 뿌듯한 성과로 여기는 중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에 주어진 특권은 이게 다가 아니다. 국회의 시설과 그 시설 건립에 투입되는 예산을 보면 진짜 특권은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기획연재에는 국회 예산의 문제점들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국회의 건물과 시설들이다.


가장 호화스런 공공기관 건물 '제2의원회관'


지난해 5월 제2의원회관이 건립되었다. 지하 5층, 지상 10층,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45평 넓직한 의원실. 누가 생각하더라도 호화스럽지 않을까? 이런 제2의원회관 건립사업에만 1881억9600만 원이 들어갔다. 


재벌들이 소유한 강남 금싸라기 땅의 호화 빌딩도 아닌데 의원회관에 왜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했을까? 제2의원회관에 직접 가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모든 벽면과 층계가 일반 건축자재 비용의 두 배가 넘는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공기관이 필요 이상으로 호화스럽다는 지적이다. 또한 언뜻 봐도 건물 외면 90% 이상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 건물 외관을 유리창으로 했을 때 시공비용도 훨씬 많이 들거니와 에너지 효율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 국회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좋은 회관을 사용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되묻기도 하지만 실제로 세금을 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충격적일 수 있다. 평생 몇 억을 가져볼 수 없는 서민들에게는 1881억9600만 원이라는 건립비용은 그 규모가 짐작도 안 될 정도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호화롭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2의원회관 건립비용과 제1의원회관 리모델링비용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제1의원회관 기존 의원회관 리모델링 비용까지 합치면 추가로 477억600만 원이 더 들어갔다. 제2의원회관 건립과 제1의원회관 리모델링 사업비를 합치면 총 2359억200만 원이라는 세금이 쓰였다.


2011년, 제2의원회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국회사무처에 제2의원회관 건립사업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때 국회사무처가 밝혀온 총 사업예산 2212억9300만 원이었다. 실제로 들어간 비용이 1년 새 100억 원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로 인해 19대 국회는 특권의식이 여전하다는 비판과 헌정사상 가장 많은 예산을 쓰며 개원한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아야 했다.


시민들과 여론의 차가운 눈초리에도 국회의 호사는 의원회관에 그치지 않았다. 국회사무처는 현재 제2의원회관에 전시될 총 5억5700만 원가량의 호화미술품 설치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호화회관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미술품 설치사업 예산이 제2의원회관 건립사업예산에 포함되어 있었다고는 하지만 시민들 눈에는 달갑지 않은, 혈세를 통한 특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처럼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건립한 제2의원회관이 건물에 대한 호평은 고사하고 하자가 많았던 걸로도 유명해졌다. 건립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주된 이용 당사자인 의원들에게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받았다. 지난해에는 63건, 올해 2월까지 두 달간 21건, 총 84건의 하자가 발생했다. 하자 내용은 엘리베이터 고장, 비상문 고장, 화장실문 고장, 의원실문 고장 등 크고 작은 고장으로 다양했다. 총 사업비 2000억 원에 육박하는 호화청사라는 비판까지 받았는데 많은 하자까지 발생해 예산운영과 사업감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회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국회의원회관이 호화롭다는 비판에 동의한다, 국민들 보기가 송구스럽다"면서 "특히, 호화 의원회관에 부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국회사무처에 부실 공사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따져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제2의원회관은 인권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제 값을 못한다. 출입하자마자 마주해야 하는 출입신청서 접수대가 너무 높아 장애인들이 불편하고 화장실의 경우 지하 1층에는 여성용 화장실만 마련한 점, 지상 1층과 2층 외에 3층부터 10층까지 장애인화장실이 남녀공용으로 만들어진 점 등은 장애인 편의성과 접근성이 열악한 부분으로 지적받았다. 국회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시민을 대표하는 열린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크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430억 짜리 의정연수원, 실용성은 의문


국회 연수원은 의정활동, 입법활동에 대한 교육과 연수활동을 위한 공간이다. 그런데 강화군 양사면에 위치한 기존 국회 연수원이 주로 휴양목적으로 사용되는 사실이 밝혀져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청구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인 2012년 강화 연수원의 사용 건수는 총 582건, 총 3638명이 연수원을 다녀갔다. 그런데 이 중 96%가량인 561건, 3320명의 방문목적은 놀랍게도 교육과 연수활동이 아니라 가족모임과 휴양목적이었고 교육 및 연수 목적의 방문은 정작 21건, 318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이용예약이 없으면 국회직원들은 별다른 제약 없이 언제든 강화 연수원을 휴양목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강화 연수원은 이미 국회직원들의 휴양소로 자리매김 된 모양새다.


2012년 강화연수원 사용현황



현재 강화 연수원의 쓰임새가 이런 실정임에도 국회는 다시 대규모 예산을 들여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에 국회 연수원을 신규건립하고 있다. 새로 지어지는 고성 연수원은 총 부지면적 12만9413평으로 기존 강화 연수원 규모의 10배에 가깝고 2016년까지 지출되는 건립예산은 총 430억 원가량으로 강화 연수원의 30배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 2012년에 30억 원의 기본설계비가 배정되어 이미 지출된 상태다.


정부에서도 사업규모에 따른 타당성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국회사무처가 제출한 고성 연수원 사업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며 총 사업비 336억 원 규모로 축소할 것을 요구해, 올 초에는 국회사무처의 요청 예산 23억400만 원 중 8억5200만 원만을 편성하는 소동도 빚었다.


현재 건립 중인 고성 연수원이 타당성이 부족한 이유는 또 있다. 앞서 건립된 강화 연수원이 교육연수의 목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지 못하는 것은 국회에서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정작 대부분 교육과 세미나, 토론회가 국회 내 연수원과 국회의원 회관 세미나실과 회의실 등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화 연수원보다 더 먼 고성에 연수원을 건립하면 접근성이 더 떨어진다. 


더구나 연수원이 지어지는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는 인근에 스키장, 해수욕장, 골프장이 인접하고 남쪽으로는 설악산 국립공원이 있는 곳이다. 강화 연수원에 이어 보다 넓고 호화로운 제2의 '국회전용 콘도'를 짓는 것은 아닌가, 고성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국회 연수원을 건립하면 기존에 거의 전무했던 교육연수가 갑자기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일정이 분주한 국회의원·보좌관·국회직원들이 빈번하게 먼 곳에 있는 연수원까지 빈번하게 방문해가며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내에서 새 의정연수원 건립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한 의원 보좌관은 "많은 공공기관의 연수원의 경우도 대부분 가족모임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의정연수원이 가족 휴양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비판은 '가혹한 비판'"이라면서 "호화롭지 않은 선에서 새 연수원을 짓는 것은 찬성"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집도 국회가 최우선


국회는 올해 제3어린이집 신축예산을 새로 편성해 2014년 5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제2어린이집을 준공한 지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사업비로는 총 25억6300만 원이 들어갔다. 국회에서 제3어린이집을 새로 짓는 명분은 현재 운영 중인 제1·제2어린이집을 합쳐 수용정원이 290명인데 어린이집을 이용하려는 대기자가 260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국회 제3어린이집 신축 연차별 투자계획(단위: 백만원)



어린이집 이용 대기자가 260명이기 때문에 어린이집 신축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분명 일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일반시민들이 이용하는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 수를 모를 때나 그렇다. 지난해인 2012년 10월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 현황' 자료를 보면 일반시민들이 이용하는 이국공립어린이집의 공급이 얼마나 부족한지 잘 드러나 있다.


서울 강남·송파·서초·강동·동작구와 경기도 광명·성남·수원·안양·군포시에 해당하는 어린이집 대기자수 상위 10개 지역의 평균 정원은 2500명인데 반해, 평균대기자수는 7200명에 이른다. 지역마다 편차가 큰 편이지만 수용정원에 비해 이용 대기자 수가 3배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국공립 보육시설이 수요에 비해 태부족 상황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이처럼 시민들의 수요가 큰 것에 비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예산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지자체들이 건립하고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자체들의 재정문제로 필요한 만큼 신축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어린이집 신축에 따른 지원예산이 절실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전체의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예산이 4년째 인상 없이 20억 원에도 못 미치는 19억8200만 원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국회 어린이집을 하나 더 신축하는 데 26억 원이 편성되었다. 제2어린이집 준공 이후 채 3년이 안 되어 배정된 예산이다. 국회에서 어린이집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면 추가로 짓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하고 신규건립 예산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이 국회에서 새로 건립 중인 26억 원짜리 제3어린이집을 볼 때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국회 직원뿐 아니라 전국민의 보육 문제에 세심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제3어린이집 건립이 국회 직원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수 및 국공립 비율 신축 예결산 내역

(출처 :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 보도자료)



지금까지 국회 시설들이 가진 중요한 문제점을 몇 가지 살펴보았다. 위에서 언급한 제2의원회관과 기존 회관 리모델링, 의원회관 미술품 설치, 고성 의정연수원, 제3어린이집 등 최근 국회 시설 건립 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2820억 원이 넘는다. 이런 시설들을 시민들은 특권이나 특혜라고 부를 수도 있다. 국회는 시민들이 이를 특권이나 특혜로 부르는 핵심적인 이유를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언급된 국회 시설들의 건립과 운영에서 발견되는 비합리성 때문이다. 즉 시민들의 상식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말이다. 


의정이 이루어지는 데 필요한 시설이 있다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시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식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예산의 엄격한 심의와 승인 권한을 가진 국회가 자신들에게 있어서는 한없이 너그럽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국회의 특권 버리기에 대한 실천이 단지 올해 국회법과 헌정회법 개정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기획분석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518 기념재단의 후원을 받아 오마이뉴스와 공동제작하였으며 2013년 10월 13일 오마이뉴스를 통해서도 보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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