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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광장/회원칼럼

[문찬일 회원]정보공개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양념'


정보공개는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양념’이다.

 

문찬일 회원

  세상을 울긋불긋 아름답게 수놓았던 가을이 어느새 저만치 물러가고 매서운 바람으로 몸을 움츠려들게 만드는 겨울이 다가왔네요. 덕분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삶은 고구마에 시큼한 김치를 먹으며 1분이라도 더 노곤하게 눕고 싶어지는 게으름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물론 여러분들도 다들 그러하시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죠?

  오늘 아침에는 첫눈이 잠시 내렸다는군요. 저는 때마침 밀린 과제와 발제, 그리고 공부를 채우기 위해 새벽까지 강행군을 한 후, 자취방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 참이어서 아쉽게도 아름다웠을 첫눈을 보지 못했습니다. 잠에 빠져든 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후배에게서 눈이 왔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알았어요. 눈 내리는 것이 징그러워진다는 군 시절에도 눈을 참 좋아했던 저로서는 크게 아쉬웠답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잠자리에서 일어났더니 배에서 “꼬르륵~!”거리며 밥 달라고 소란을 피우더군요. 그래서 밥을 해먹고자 냉장고를 열었더니 달랑 양파 몇 개에 고춧가루만 가득 있더라고요. 이건 뭐 밥을 해먹을 만한 재료도 없고 양념도 없고......

 
몇 년 전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부생 시절, 저희 학교 기록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죠. 마침 기록관에서 근무하시던 기록연구사님과 함께 과거의 기록물들이 어떻게 방치되어 있는지 조사차 어떤 부서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서의 실무책임자로 보이는 직원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하더군요. 경계하는 말투로 “무엇을 하러 왔냐?”, “무엇을 보러 왔냐?”며 싸늘하게 저희를 맞이했습니다. 좀 당황스러웠어요. “기관의 기록연구사가 조사차 기록을 보러 오면 안 되나? 기록연구사가 봐서는 안 될 기록이라도 있는 것인가?”

알고 보니 그 실무책임자는 학교에서 비위를 저지르다가 징계를 받고 막 복직한 직원이었더라고요. 다른 비위거리가 있어서 들통 날까봐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것인지, 아무튼 기록연구사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아니 자신이 생산한 기록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직원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나 봅니다. 마치 자신의 ‘일기’를 보여주기 싫다는 듯이 말이죠.

하지만 문제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그 기록들은 그 직원만의 ‘일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공공의 기록은 부끄러운 일, 정당하지 못한 일, 숨기고 싶은 일들을 혼자서만 책장 구석에 꼭꼭 숨겨놓고 자기만 보는 ‘일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설립되어서 저도 후원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단체가 설립되어야 할 만큼 우리 정부가 국민들 앞에서 투명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제서나마 국민들 앞에서 투명한 정부가 되도록 촉진시키려는 공간이 생긴 것에 무척 흥분이 되기도 하네요.

기록의 생산을 통제하고 중요한 기록을 평가 선별해서 보존하는 기록관리가 요리의 ‘재료’라고 한다면 정보공개는 아마도 그 요리의 맛을 만드는 ‘양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보공개센터가 그런 ‘양념’과 같은 존재가 되길 기대합니다.

 
미국에 널리 알려진 이론으로 거의 공식화된 이론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국민이 당사자가 아니라 방관자에 머무는 체제’입니다.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국민은 투표권을 행사하며 그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지시해 줄 지도자를 선택합니다. 이런 권리를 행사한 후에는 집에 얌전히 틀어박혀 있어야 합니다. 주어진 일에 열중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소비하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요리나 하면서 지내야 합니다. 국가를 성가시게 굴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이런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노엄 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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