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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기록이 대선 길목 ‘정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산 자는 갑갑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기록은 거짓을 말할 수 없는 법이니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진실을 드러낼 겁니다. 뜬구름 잡는 얘기부터 꺼냈으니 벌써부터 불친절한 느낌입니다. 이번주 토요일의 친절을 ‘강요’당한 경제부 이재명입니다. 금융담당 기자가 대통령 기록 길잡이 노릇을 맡게 된 건 한때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는 ‘원죄’ 때문입니다.


발단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었죠. 정 의원은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정치적 생명을 걸고 사실임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대통령기록물 보호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보나 기록 공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를 요구하는 명분이나 논리를 이길 수 없습니다. 더구나 민주당은 당시 엔엘엘 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만큼, 모든 걸 공개하면 명료하게 끝날 일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2006년 만들어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법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호와 보존’을 맨 앞에 내세운 이유는 이 법이 만들어진 역사적 맥락 때문입니다. 전임 대통령들은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습니다. 박정희·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후환이 두려웠던 거죠. 정권이 바뀌어 후임 대통령이 그 기록을 정쟁의 도구나 보복의 수단으로 이용할 위험이 높다고 봤던 겁니다. 떳떳하지 못한 정책 결정이나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 싶었던 욕망도 있었을 겁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현직 대통령이 기록을 남기지 않는 관행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록들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보호함으로써 대통령의 임기 이후 기록 공개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것이죠.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당시 국민의 알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일정기간 유예해서라도 사료적 가치가 높은 대통령 기록을 남기게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며 “기록이 남겨져야 공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일종의 정치적 타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국회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공개를 요구할 경우엔 비공개 기간인 15년이 지나지 않아도 공개를 하도록 했습니다.


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던 기록 전문가는 “임기가 세번쯤 바뀌면 정치적 논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으로 봤다”고 밝혔습니다. 또 “살인죄도 공소시효가 15년이니, 재임기간 중 불가피하게 현행법을 어기더라도 이런 행적을 남긴 기록 때문에 받게 될 형사적 책임에서 자유롭게 해주자는 의도도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엄격한 보호 규정 덕에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전현직 대통령보다 많은 기록을 생산하고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대통령 기록은 800만건으로 역대 대통령 기록을 모두 합친 것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기록물 관리를 맡았던 직원의 설명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참석한 토론이나 회의 자리에서 다른 참석자의 말을 듣고 적은 간단한 메모까지도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심지어 비서관들이 2~3배수로 올리는 인사 추천안에서 특정 인사를 배제할 때 ‘이러저러한 이유로 싫다’와 같은 개인적 감정까지도 기록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과연 지금의 청와대도 그런지 의문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정에 가장 앞장선 의원이 정문헌 의원이라는 점입니다. 정 의원은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기 전에 같은 내용을 담은 ‘예문춘추관법’ 제정안을 대표발의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공개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일자,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고 다녔습니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은 “비록 현 정부에서 퇴행을 경험하고 있지만 어렵사리 대통령기록물 관리의 초석을 다져가는 단계”라며 “정 의원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면 대선에서 여당이 유리하겠지만 거짓이라면 역풍 또한 거셀 것이다. 미확인 정보를 근거로 대통령 기록이 공개된다면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기록을 남기려 하겠느냐”고 우려했습니다. 칼자루를 쥔 정치권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재명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miso@hani.co.kr

등록 : 2012.10.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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