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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헌 NLL 대화록, 임태희 남북접촉설 등 비밀엄수 의무 위반


대선정국이 격화되면서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경계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직시절에 취득한 비밀을 폭로하고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향후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가 정상회담에서 얘기하겠나?" =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불을 지펴 지금까지 대선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 포기 발언 논란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비밀대화록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현재도 진위여부를 놓고 연일 여야 정치공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정 의원 등을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새누리당에서는 대통령기록관을 항의 방문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이번 기회에 대통령기록물에 좀 더 접근이 쉽도록 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 NLL문제 비판 새누리당 송광호 영토포기·역사폐기 진상특위 위원장이 23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영토포기.역사폐기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서 NLL문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정 의원과 새누리당은 7년 전인 지난 2005년에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정을 주도하며 엄격한 공개 제한 원칙을 세웠던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23일 홈페이지에서 이를 지적하면서 "과연 역사적으로 이런 행동들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기록문화가 자리 잡기에는 우리나라 정치권의 문화가 너무 후진적이다. 스스로 반성이 필요한 대목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미 진실을 가리기 보다는 대선을 앞둔 정치게임으로 흐르고 있는 양상이다.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핵심브레인 역할을 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JTBC와 인터뷰에서 "(정 의원 폭로는) 좀 심하게 얘기하면 자작극이자 정치적 모략극"이라며 "국가 1급 비밀문서인데 이걸 공개하면 다음에 누가 정상회담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랑 얘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임태희 전대통령실장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지난 6월 19일 한 종편방송 채널A 뉴스와 인터뷰에서 200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의 비밀회담 내용을 공개했다. 


임 전실장의 대북접촉설은 여러 차례 언론에 흘러 나왔지만 거듭 부인하다가 자신의 대선출마선언 이후 이를 스스로 공개한 것이다. 이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으로 받아들여져 공직자 출신의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꼽혔다. 


◆"최소한의 도리 지켜야" = 국가공무원법 제60조 (비밀엄수의 의무)에는 '공무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또 총리실에서는 지난 22일부터 대통령 선거 전까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별감찰활동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감찰내용 중에는 '주요 정책 자료나 기관 내부자료를 무단 유출하거나 특정 정당 등에 제공하는 비밀엄수·보안유지 의무 위반행위'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정작 고위공직자출신 정치인들은 자기 입맛대로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아무리 정치공방이 치열해도 금도라는 것이 있다"면서 "공직자로서 얻은 정보를 더구나 안보에 관한 정보를 정치공방에 활용하는 것은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보수라고 하면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새누리당은 편익을 위해 근본마저 흔들고 돌아가신 대통령을 영토 팔아먹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이어 "미국에서 클린턴 스캔들이 터져 공화당이 탄핵을 시도할 때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은 비판해도 대통령직에 대한 존중은 해야 한다'며 공화당을 되레 비판한 적이 있다"며 "우리정치에서도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2012-10-24 오후 2:47:3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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