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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언론 · 시민단체 정보접근권 심각히 훼손
ㆍFTA 등 민감한 사안 여론통제 가능성도

정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비밀보호법안에 대해 테러방지법과 통신비밀보호법, 국가정보원법,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과 함께 ‘반민주적 5대 악법’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개정의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취재 활동을 크게 제약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비밀보호법안의 독소조항과, 법 제정 시 취재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가상시나리오 등을 통해 알아본다.

비밀보호법안의 제정 취지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다. 현행 비밀관리제도가 국민의 알 권리를 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비밀관리의 원칙과 근거를 마련, 법률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비밀보호법

현재 비밀관리는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의 감시 및 참여 기능이 극히 제한된다. 정부기관별로 비밀 관리의 일관성과 형평성이 떨어져도 제재할 방도가 없다. 결국 국민의 비밀정보 접근성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5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가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배경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법안은 원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형아’가 탄생할 참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비밀관리기관이 다름 아닌 국가정보원이라는 사실이다. 법안 제5장은 비밀관리기관으로 국정원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으로 명시하고 있다. 2007년 3월 법안 발의 당시 법안 정비를 주관한 기관도 사실상 국정원이다. 당초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비밀관리기관을 이원화해 국정원의 정보 독점과 폐해를 방지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비밀의 범주도 확대됐다. 법안 제2조와 제4조에서는 통상·통일·국가이익과 관련된 사항 등도 비밀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정 당시 거센 국민저항에 부딪혔던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 여론의 감시와 비판을 피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법안인 셈이다.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는 “한·미 FTA와 쇠고기협상의 이면합의를 국민들에게 숨기기 위한 것이며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고 비판했다.

비밀 기록 현황

범주가 넓어진 반면 비밀지정의 ‘남용’을 막을 방안은 없다. 비밀지정과 취급 원칙 등 비밀지정권자의 권한은 법안에 명시돼 있지만, 제재 규정이 없어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 비밀지정권자는 1급 비밀의 경우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 및 장관급 공무원 등으로 정하고 있지만, 2~3급 비밀은 차관급 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등도 지정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저해하는 대표적 조항은 처벌규정을 적시한 법안 제28조다. ‘국가안전보장 또는 국가이익을 침해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이 비밀을 누설할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미수범도 처벌 대상이다. 법 조문에 ‘탐지’ ‘수집’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범법행위를 규정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

비밀보호법이 통과된다면 광우병 관련 보도로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MBC PD수첩의 경우 처벌규정에 따라 명백한 처벌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7년 ‘한·미 FTA 비밀문건’을 유출해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재판 중인 민주당 최재천 전 의원의 비서관 정모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씨는 “법안이 없는 지금도 정보 접근이 크게 위축된 상황인데, 처벌 조항이 명문화된 법안이 통과되면 최소한의 국민의 알 권리마저 봉쇄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밀보안 누설에 대해 국정원에 조사권을 부여해 기자 등 ‘비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사람은 누구든지’ 조사할 수 있게 돼 있다.

결국 정부를 감시해야 할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정보접근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이뤄진 경우 위법성을 조각(법안 제33조)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석에 따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 되기 십상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유식 공익소송위원장은 “처벌대상을 ‘누구든지’라고 규정한 점, ‘국가이익을 침해할 목적’이란 단서조항 등은 자의적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며 “결국 처벌은 비밀을 관리·취급하는 사람보다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시민활동가에게만 적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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