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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빌미 정부 입맛대로 ‘정보통제’ 가능

비밀보호법 문제 뭔가
참여정부때도 한나라 등 반대로 폐기된 법안
‘고무줄 잣대’ 우려에 국정원 권한확대도 논란
탐지·수집만으로 중형…언론·시민단체 ‘재갈’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우려가 큰 ‘비밀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을 다시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에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해 3월 이번 법안과 거의 같은 내용을 담은, 같은 이름의 법안이 제출된 적이 있다. 행정자치부 등이 형식상 법안 발의부처로 되어 있었으나 실제 주무기관은 국가정보원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시 이 법안을 두고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형근 의원은 “비밀의 범주가 너무 확대되어 (정책정보에 대한) 국가 통제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 정보기관조차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으므로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안에는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반대했으며, 시민단체들도 법안 제정에 반대의견을 폈다. 그러던 끝에 제17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었던 법안을, 이명박 정부 들어 지금의 국가정보원이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법안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비밀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형법과 군사기밀보호법의 처벌 규정은 군사기밀이 아닌 국가 비밀을 탐지·수집하거나 누설한 경우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군사기밀이 아닌 다른 분야 공공기관의 비밀을 탐지·수집 또는 누설할 경우에 대한 처벌근거를 신설했다.

이 법안을 법조문대로 통상·통일·외교 등의 분야에 적용해 보면 해악을 알기 쉽다. 이를테면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같은 통상 문제를 비밀로 묶어놓고 이를 취재하는 언론사나 시민단체를 비밀 탐지·수집 혐의로 위협하거나 처벌할 수도 있다.

현재 군사기밀보호법이 적용되는 군사 분야의 취재 현장 사례를 봐도 이 법안의 문제점은 드러난다. 기무사령부는 2003년 5월 한 신문사의 서해교전 보도에 대해 2급 군사기밀 문건 내용이라며 기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기도 하는 등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 보도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군사기밀’ 조항을 악용한 바 있다.

비밀의 누설뿐만 아니라 비밀의 탐지·수집만으로도 7년 이하의 징역을 내릴 수 있는 무거운 처벌 조항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를 감시하는 기자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발을 묶어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밀 지정 권한을 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비밀을 판단할지는 정부 마음이다. 경건 서울시립대 법학부 교수는 “비밀의 범위를 통상, 과학, 기술개발 등 국가이익 관련 사안으로 확대했지만, 국가의 안전보장이든 통상과학·기술개발 등의 국가이익이든 확정하기 힘든 개념”이라며 “공공기관이 폭넓은 재량권을 행사하면 비밀 지정의 일관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비밀 관리기능과 비밀의 분실·누설 등에 대한 경위 조사권을 함께 갖게 된 것에서도 비판적 지적이 나온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준비위원은 “1994년 폐지된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보안감사권이 사실상 부활된 것”이라며 “비밀의 관리와 조사 기능이 분리돼야 하는데 국가정보원이 두 권한을 함께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는 비밀 유출에 대한 징계나 처벌이 공무원에게만 한정됐지만 비밀 범위가 과학, 기술 개발까지 확대돼 국정원이 민간 기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비밀의 분실·누설 조사를 할 수 있게 된다”며 정보기관의 전횡 가능성을 우려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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