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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밝았지만, 뭔가 찜찜한 것들이 있다. 작년 한 해 사람들의 관심이나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이 많지만, 해를 넘기면서 흐지부지되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그런 사건들 중에 몇 가지 생각나는 것들을 꼽아본다. 첫 번째 생각나는 것은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특혜지원금’ 문제다. 트위터를 통해 정보가 확산되면서 전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던 이 문제는 아주 단순한 문제이다.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이라는 법률을 만들었고, 이 법률에 의해 만 65세 이상의 전직 국회의원들에게는 매월 120만원의 품위유지비가 지급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국회의원을 한 기간이 며칠 밖에 안 되어도 이 돈은 지급되고,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해서 비리로 형사처벌을 받았더라도 이 품위유지비는 지급된다. 그래서 이 사실이 알려진 후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일반 회사원이 20년간 국민연금을 붓고도 월 77만원을 받는 데 비해 엄청난 특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법안에 찬성했던 국회의원들 중에 상당수가 잘못을 시인하고 작년 연말까지 법을 고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법은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생각나는 것은 ‘특채비리’ 사건이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비리에서 시작된 이 문제는 다른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특채문제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그렇지만 특채비리를 가능하게 했던 제도적 문제점들은 별로 고쳐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는 느낌이다. 그 당시에는 경쟁적으로 취재를 했던 언론들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관심을 끄고 있다. 특채비리 문제가 불거진 후에 일부 관련자들이 처벌받고 몇 사람의 임용이 취소되었지만, 중앙정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곳곳에 퍼져있을 특채문제는 여전히 은폐되어 있다. 정부가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것도 곳곳에 퍼져있을 특채비리에 대한 대책으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수시로 나오는 전관예우 관련된 이야기도 그렇다. 고위공무원 후보자 임용 때면 단골 메뉴로 전관예우 문제가 터져 나온다. 중앙부처의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퇴직 후에 로펌에 취직해서 고액의 급여를 받는 문제는 여러 번 거론되었던 문제이다. 고위 판ㆍ검사출신들이 로펌에 취직해서 억대의 월급을 받는 문제들은 최근에도 불거진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이 나올 때마다 여론은 들끓지만, 정작 ‘전관예우’ 문제 자체는 고쳐지지 않은 채 잊혀진다.

사실 그동안 수많은 문제들이 이런 식으로 한때 사회적 관심을 끌다가 잊혀지곤 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다시 똑같은 형태로 반복되곤 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망각’을 잘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건드리고는 말아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의 원인은 정치, 언론, 시민사회 모두에 있다. 우선 문제를 회피하기만 할 뿐, 진정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의 문제가 크다. 그리고 그런 정치인들이 계속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주는 선거제도, 정치자금 제도가 있다. 최고 권력을 가진 집단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이 터지면, 그 사안을 해결하기보다는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방법을 택한다.

언론도 망각의 실행주체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를 찾아다니는 것이 언론의 숙명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언론이 사회적 소임을 다하려면, 이슈를 발굴하는 것 못지않게 이슈가 해결될 때까지 추적하고 기획보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언론기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정치탓, 언론탓만 할 것은 아니다. 문제를 잊어버리지 않는 시민이 있다면 그 문제를 계속 끌고 가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시민사회는 허약하고 또 허약해지고 있다.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대중적 기반도 사회적 영향력도 약하다. 그렇지만 푸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새해에는 ‘기억할 것은 꼭 기억을 하는’ 그런 한국 사회를 다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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