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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

6.2 지방선거를 통해 많은 지역에서 지방권력이 교체되었다. 한나라당 철옹성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경상남도, 강원도에서까지 권력의 이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야당으로 바뀌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전체 106석 중 79석을 민주당이 차지했고, 경기도의회에서도 전체 112석 가운데 민주당이 71석을 차지했다. 과반수를 훨씬 넘는 압도적인 의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지난번까지 서울시의회, 경기도의회에서 한나라당이 90%가 넘는 의석을 점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이런 변화는 유권자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유권자들의 기대에 화답할 책임은 1차적으로 민주당에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그간 행태를 보면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준비 없이는 또다시 지리멸렬할 것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6월을 그냥 보내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의회, 경기도의회를 새롭게 채울 민주당 소속 광역지방의원들이 6월을 잘못 보낸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7월초에는 자기들끼리 의장이니 상임위원장이니 하는 자리다툼하느라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개별 의원들이 알아서 하는 분산적이고 지리멸렬한 의정활동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세훈, 김문수라는 두 재선 지방자치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하는 것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사실 민주당이 서울시의회에서 1당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 1995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시의회의 90% 가까이를 차지했었고, 1998년 지방선거에서도 80%를 차지했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 서울시의회를 보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몇몇 개혁적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이권과 자기 지역구를 챙기고 자리다툼이나 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또다시 이런 모습이 나타나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은 선택을 해야 한다.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는 준비도 기획도 정치적 구심도 없이 시작했다가 지리멸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금부터 다른 정당, 시민사회와 함께 의정활동을 기획하고 의회 내에 원내사령탑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적 구심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후자를 택한다면 이를 위한 준비를 대부분 초선인 의원 당선자들에게 맡겨서는 곤란하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책임을 지고 이런 준비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은 분명하다.

견제ㆍ감시와 함께 혁신적인 시도를 해야

첫째, 그동안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문제가 되었던 현안들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부터 착수해야 한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지방의회도 특정사안에 대해 행정사무조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세훈 시장이 과다한 홍보비 집행으로 물의를 빚어 왔다면, 그간의 홍보비 집행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행정사무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김문수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타당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같은 사업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이번 하반기 예산심의에서부터 예산혁신을 해야 한다. 서울시, 경기도는 한해 예산이 20조, 10조가 훌쩍 넘을 정도로 큰 규모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낭비되는 부분들을 줄이고, 이런 예산을 공약사항인 친환경무상급식, 공교육 강화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산편성과 관련해서는 의회의 권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강력한 견제를 기반으로 시장-도지사와 협상을 하고, 교육감과 정책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셋째, 시민들의 참여를 대폭 보장하고 확대하는 조례 입법활동을 해야 한다. 서울시의회는 상징적으로 서울광장조례부터 개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민참여기본조례, 주민참여예산제, 학생인권조례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단지 지방자치 차원에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인구가 2천만이 넘는 서울, 경기의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것은 한국 정치 전반의 변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들에게 ‘당신들이 투표를 하니 이런 변화가 가능했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면,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혐오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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